청송 산오징어
산오징어회 + 찜
어렸을 적, 어른들이 생선내장이나 오징어 내장같은 해산물 내장류를 먹는 모습을 보고
'무슨 맛으로 저걸 먹는걸까...' 하고 종종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도 맛있게 먹으니 따라 먹어봤다가 '왜 이런걸 맛있게 먹는걸까...' 하는 생각으로 바뀌고
나이가 들어서도 꽤 오랜 시간동안 해산물 내장류는 손도 안대고 살게 되었네요.
그렇게 살다가 2년전 부산에 놀러갔다 모듬회에 딸려나온 산오징어찜을 맛보고
해산물 내장과 사랑에 빠져버렸지 뭡니까.
분명 어렸을 적 맛봤을 땐 이런 느낌은 아니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나이가 들어 입맛이 바뀐걸까요.
마치... 게딱지 안에 있는 내장을 먹는 풍미? ...와 비슷합니다.
게내장 정말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양껏 먹으려면 큰 게를 잡아야 하고... 큰 게는 비싸고..
그런데 비슷한 맛을 산오징어찜에서 느낄수 있다니!
그렇게 한동안 산오징어통찜 앓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륙지방에서 내장까지 쪄서 먹을수있을 정도의 선도를 가진 오징어를 만나기는 참 힘들죠.
힘들게 만나도 바다랑 인접한 지역에서 만난 '그 맛'을 재현해내지 못하는 편입니다.
뭔가 게내장같은 풍미가 확 줄어든 듯한 느낌?
차라리 그냥 오징어만 가려내서 먹는게 나을 것 같은 맛?
그냥 '다시 부산으로 여행가면 그때 찾아 먹어야겠다...' 하고
서울쪽에서는 오징어통찜을 포기했는데
맛집메이트 친구가 서울내에서 오징어통찜으로 나름 이름 있는 가게가 있다면서
링크를 보내주지 뭔가요.
그렇게 방문하게 된 산오징어찜집
청송 산오징어입니다.
사당역 5번 6번 출구에서 걸어서 5-10분 이내 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식당이 좀 작은편이라 홀이 채워지면 웨이팅을 꽤 해야한다고 해서
직장인들의 퇴근시간보다 살짝 일찍 약속을 잡았습니다.
오후 5시 15분쯤 입장했는데도 홀 안쪽 자리의 반정도가 차있었습니다.
매장 크기가 10평내외정도 되는 것 같은데,
여기에 조리공간도 포함되어있어 생각보다 좌석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빽빽하게 앉으면 스무명 중반정도? 되는 사람들이 앉을수는 있겠네요.
테이블사이 간격도 좁은편입니다.
살짝 과장하자면 옆테이블 일행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할 정도^^...
가게 규모가 작은 편이라 그런가 웨이팅이 있을 시,
테이블당 머무는 시간을 두시간 정도로 해달라고 아예 메뉴판 아래쪽에 적어놨네요.
여튼 왔으니 주문을 바로 넣었습니다.
산오징어 회+찜 54,000
바지락라면 5,000
소주 5,000
맥주 5,000
음료수 2,000
주문을 마치면 바로 밑반찬이 깔립니다.
반찬이라고 할건 없고 막장이랑 와사비, 마늘 오이고추 등이 간단하게 나오네요.
미역국도 한사발씩 나옵니다.
확실히 .... 반찬 깔리는 느낌이 밥집은 절대 아니고 술이 꼭 필요한 메뉴네요.
저녁을 딱히 따로 먹고 만난 것은 아니라 사실 저녁을 먹어야 하는 타이밍이었지만,
메뉴가 메뉴인지라 술을 주문 안할수가 없네요.
소주가 뭐가 있나 살펴보니 못보던 패키지의 소주가 보여서 주문해봤습니다.
처음처럼쪽 라인에서 나왔나봐요.
오 제로슈가....
요즘 건강을 위해 저당이나 무당에 가까운 저당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죠.
그런 고객층을 타게팅한 새로운 소주인걸까요.
대신 스테비아나 에리스리톨같은 대체당을 사용했네요.
과연 맛은 어떨지 궁금하긴 합니다.
사실 전 소주는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오징어 회와 오징어 찜에는 소주라는 마음가짐으로!
맛은.........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음.....
.....뭐랄까.
영혼이 없는 맛?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주에서 느껴지는 영혼, 그 담당 부분이 당분이었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그리고 끝맛이 그 대체당 특유의 쓴맛이 좀 나는 편이네요.
소주를 너무 사랑하는데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제로슈가 소주를 선택하겠다 하면
뭐 나쁜 선택은 아닐것 같긴 합니다만, 전 소주를 그렇게 즐기는 사람은 아니고....
하지만 오징어를 원활하게 먹기 위해서는 술은 필요하고.... 해서
어쩔수 없이 맥주를 추가 주문 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닐땐 소맥이 최고예요.
소주는 별로인데 왜 맥주에 말아먹으면 그렇게 꿀맛이 되는지는 미스테리입니다.
뭐튼 말아먹으면 달달하니 잘 넘어가더라고요.
제가 주로 조제하는 소맥비율은 맥주잔에 맥주 1/2 + 소주잔 소주 2/5
요렇게 섞으면 달달하고 깔끔한 한입거리 소맥이 됩니다.
산오징어회는 주문 들어가고 금세 나오는 편입니다.
어우. 오징어 신선도 좋네요.
입에 촥촥 달라붙습니다.
알배추와 깻잎 상추 오이 등등을 밑에 깔고 그 위에
큰오징어라면 2마리정도? 작은오징어라면 3마리정도의 양일까..?
싶은정도의 오징어회가 올려져서 서빙됩니다.
생각보다 깻잎, 오이향이 오징어회와 적절하게 어우러져서 식욕을 돋구네요.
배분받은 앞접시에 회와 야채들을 적당량 덜어서
초장을 개인 취향에 맞게 조절해서 비비거나 찍어드시면 됩니다.
이렇게 여러 야채를 적절한 크기로 썰어서 회랑 초장이랑 해서 먹는 것이 꽤나 취향이었습니다.
집에서는 그냥 상추쌈해서 초장찍어 먹거나 하는 편이었는데
앞으로 오징어회 떠서 집에서 먹을 땐 여기서 먹는 것처럼 야채를 준비해서 먹어야겠어요.
마지막 한 젓가락까지 꿀맛이었습니다 '~'
오징어찜은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오징어회를 거의 끝내가면서 '아무래도 사이드를 따로 시켜야하나' 하고 고민할때쯤 되니 나왔습니다.
한 15-20분정도 걸린 것 같네요.
녹진한 오징어 내장의 맛.
맛있네요.
오징어찜으로 이름날만한 퀄리티.
찜을 받을때쯤이 오후 5시 반이 살짝 넘은 시간이었는데
이미 매장 안 좌석은 만석이 된지 오래였습니다.
좌석간 거리가 좁은데도 불구하고 그득그득 차있었습니다.
오징어찜이 생각나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데
5시정도쯤엔 가게 근처에 있어야 대기 없이 입장가능 할 것 같아
다시 오고 싶어도 오기 힘들것 같긴 합니다.
나이를 먹으면 줄서서 기다리는 것도 못하겠어서 말이죠.
저녁이라고 하기엔 회와 찜만으로는 약간 부실한 느낌이어서
바지락라면을 추가 주문했습니다.
..만 아마 다음에 방문한다면 이 라면은 다시 주문하지 않을듯합니다.
아마도 안성탕면이 베이스에 바지락이 소량 들어가는것 같아요.
그런데 국물이 그렇게.... 조개의 그 시원한 맛이..... 영향이 거의 없었어요.
그냥 라면 국물 먹는 느낌?
이 바지락은 왜 들어가있는건가....맛도 못내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차라리 좀 더 매운 맛의 라면-신라면이나 오징어짬뽕?-에
바지락을 넣었으면 좀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짝 미묘한 메뉴-라면...-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저녁+반주였습니다.
사실 부산에서 먹었던 (심지어 서비스로 나온) 오징어 통찜이 사실 더 맛있긴 했습니다만,
서울시내에서 이정도 퀄리티의 오징어찜을 만나기 쉬운 일은 아니라서 말이죠.
웨이팅만 아니면 자주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잘먹었습니다 :-)
추천해요.
서울시내에서 신선한 오징어 내장을 만나고 싶으시다면!
비추천입니다
대기하는걸 싫어하시는 분.
좌석간격이 넉넉한걸 좋아하시는 분.
영업시간
매일 14:00 - 24:00
금어기 4.3 - 4.30 휴무
서울 관악구 남현1길 8 경도빌딩 1층
전화번호
02-584-5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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